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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매운탕
최고관리자2023-01-19
생태매운탕
 
선거철에는 다른 사람들과 먹고 싶은 것 먹는 것도 겁난다. 후보자나 그 선거운동원들 이야기다. 기분 좋다고 함부로 밥값을 내다가는 낭패를 본다. 선관위 단속반원들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상대 후보자의 첩자들이 늘 눈을 부라리고 있다. 조그만 건더기라도 걸리면 기부행위금지에 위반하였다면서 선관위 직원이 출동하고 경찰검찰이 부르고, 그 곤혹스러움은 말도 못한다.
 
재판까지 받게 되면 큰일이다. 표를 돈으로 사 선거판을 혼탁하게 하였다고 온갖 비난이 쏟아진다. 당선무효 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크다. 천신만고 끝에 당선되었다면 그 상실감이 이루다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말라. 법에도 인정이 있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그래서 변호사가 필요한 거다. 안 그러면 필자 같은 사람은 굶는다.
 
선거법은 의례적이거나 직무상 이루어지는 행위는 기부행위가 아니라고 보고 이에 해당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그러면 선거법에 규정되지 않는 행위는 모두 기부행위로 처벌되는가. 그렇지 않다.
 
법원은 선거법에 규정된 행위가 아니어도 그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형태의 하나로서 역사적으로 생성된 사회질서의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일종의 의례적 행위나 직무상 행위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며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한다.
말이 너무 어렵다. 간단히 줄여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당연한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하면 쉽게 이해된다.

그런데 구체적인 사례에 있어서는 그 판단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보자.
 
홍길동은 국회의원선거에서 A당의 후보로 서울시 J 지역구에 출마한 임꺽정의 선거 회계책임자이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앞두고 그동안 예비후보자로 있던 임꺽정의 선거운동을 도와준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자 회식을 하였다. 홍길동은 평소 즐겨가던 북창동 생태매운탕집에서 신선한 생태에 알고니내장미나리가 푸짐하게 들어있는 환상적인 맛의 생태매운탕 대()3135,000원과 소주 515,000, 합계 150,000원을 자원봉사자 10명과 나눠 먹으면서 본선에서의 필승을 다짐했다. 세상 부러울 게 없다.
 
검찰은 홍길동이 자원봉사자들에게 선거와 관련하여 이익을 제공하였다면서 선거법위반죄로 재판을 청구하였다. 그런데 홍길동이 생태매운탕을 사준 자원봉사자 10명이란 임꺽정의 딸과 사위, 삼촌, 고모, 숙모 등 직계혈족과 친족들이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임꺽정의 회계책임자로서 임꺽정을 위하여 일을 하는 홍길동이 자원봉사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행위는, 홍길동과 임꺽정과의 관계, 제공된 식사의 종류와 금액 등에 비추어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형태의 하나이기 때문에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이런 사안을 선거법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처벌하려든 검사는 아마도 선거법을 기계적으로만 해석하여 법은 상식의 최소한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던 것 같다

202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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